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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송나라 2009. 6. 29. 19:18
      당신이 죽는다면... 당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이제 엄청난 변화가 올 거라고 생각을 할 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당신 한 목숨... 사라진다고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죽음보다 허망한 차가운 기류를 타고 휴지처럼 날아다닐 부고 한 장,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형제들한테 조차도 사흘만에 잊혀지는 죽음, 사흘이 아니라 세 시간도 채 안 걸리는... 삼 분의 통곡도 멎어버리고 망자는 한 줌의 재로 변하는 동안, 산 자들의 웃음소리 풀풀 날리는 동안, 그렇게 조금씩, 이내 잊혀지고 있었습니다.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해는 여전히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고 무더운 여름 가고 서늘한 가을이 오고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살아생전, 찬란한 목숨 속에서도 활짝 웃어본 일이 별로 없는 당신이여, 이제 영정사진 속에선 영원히 웃을 일도 없답니다. 짧은 인생, 삶 가운데 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며, 오늘도 삶을 삶답게, 의미있게, 가치있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돌아오는 길, 여름 장맛비가 구슬프게 哭하듯 구성지게 내려 됐습니다. 여러분들과 나,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출처 :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글쓴이 : 몬생긴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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